한만수 시인·소설가,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대하장편소설 '금강'(전15권) 등 소설 180권 출간, 시집 '백수블루스' 등 6권 출간, '문예창작의 실기론' 등 4권 출간.
한만수 시인·소설가,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대하장편소설 '금강'(전15권) 등 소설 180권 출간, 시집 '백수블루스' 등 6권 출간, '문예창작의 실기론' 등 4권 출간.

【서울 = 다문화TV뉴스】 한만수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유토피아’ 섬에는 화폐가 없다. 주민들은 각자 시장에 가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만큼 물건을 가져다 쓰면 된다. 집들은 모두 똑같고 문에는 자물쇠가 없다. 주민들은 누구나 타성에 젖지 않도록 10년마다 이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누구나 일을 하기 때문에 하루 노동 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무료 시장에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2년 농사를 지을 의무가 있다. 단, 간통을 하거나 섬에서 탈출하려고 기도한 자는 자유인의 권리를 잃고 '노예'가 된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하고 같은 시민이었던 옛 동료들에게 복종하여야 한다.

유토피아는 요즘말로 하면 최상의 복지국가 인 셈이다. 섬에서 정해 놓은 법을 어기지 않으면 평생 아무 걱정없이 살 수 있으니 당연히 스트레스도 없을 것이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 제거된 상태거나 욕구가 좌절 된 상태에서 비롯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가족 구성원을 학대하거나, 열등의식을 느끼며 분노, 적대감을 느낀다. 심하면 우울증을 앓게 되어 삶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현대인들에게 안 좋은 증상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자기 사랑이 부족하면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 미국의 인권 운동가 엘드리지 클리버는 ‘남을 미워한 결과로 받게 되는 대가는 자신에 대한 사랑의 부족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클리버는 원래 흑인해방 급진 단체인 흑표범당(Black Panther)의 지도자였으나 쿠바와 알제리 등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망명생활을 하면서 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고 귀국직후에는 급진적인 흑인해방 운동을 비난하는 한편 공산주의를 버리고 공화당 입당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편력을 보여왔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 할 때라는 클리버의 말은, 역설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면 남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남을 미워하지 않게 되면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근본적으로 미워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는 전제로 생겨난 말이다.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다.’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난 말이다. 미운 감정이 생겨나는 원인은 나는 착하고 남은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될 때이다. 사랑하는 사이에 미운 감정이 생겨날 수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과연 나는 ‘착한 사람’ 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 있느냐이다. 대부분 주관적으로 볼 때는 착하다고 인정하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는 착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도 미워하는 감정이 생겨나는 것은 ‘자아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려면 사람과 사람, 조직과 문화, 사물의 기능 등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이해(理解)는 사리를 분석하여 해석한다는 뜻이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의 이해’ ,문학인들의 필독서인 ‘문학의 이해’ 같은 책이 좋은 예이다.

모든 종교에서 추구하는 이념도 ‘이해(理解)’이다. 외면적으로 볼 때 불교에서 추구하는 정신은 깨달음이고, 가톨릭이나 기독교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은 사랑이다. 깨달음은 이해한다는 말과 같다. 남이 잘못을 저질렀어도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기 때문에 용서가 가능하고, 용서의 바탕은 사랑이다. 성경에서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비인간적이고 도덕적 기준에 의해 사이가 안 좋은 원수 같은 사람이라도 사랑하라는 말로 이해하라는 것이다.

오늘부터 남을 미워하기 전에 과연 내가 미워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느냐를 먼저 따져보는 습관을 길러보자.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처럼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면 미움의 감정이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다.

세상의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면 나를 사랑하게 된다. 나를 사랑하게 되면 미워하는 감정도 생겨나지 않고, 미워하는 감정이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

미워하는 감정이 없는 세상은 유토피아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 함께 있는 동안은 근심걱정도 사라지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잊게 되고 현실에 만족하게 되어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삶이 바로 유토피아 일 것이다. (다음 회에는 ‘편견 없는 세상’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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