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시인·소설가,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대하장편소설 '금강'(전15권) 등 소설 180권 출간, 시집 '백수블루스' 등 6권 출간, '문예창작의 실기론' 등 4권 출간.
한만수 시인·소설가,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대하장편소설 '금강'(전15권) 등 소설 180권 출간, 시집 '백수블루스' 등 6권 출간, '문예창작의 실기론' 등 4권 출간.

【서울 = 다문화TV뉴스】 한만수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 세계 최초의 휴대 전화는 1973년 모토로라에서 근무를 하던 마틴 쿠퍼 박사와 그의 연구팀이 개발했다. 당시 무게는 약 850.5그램으로 휴대전화라고 부르기보다 냉장고라 부를 정도로 덩치가 컸다.

우리나라는 198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휴대 전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후 삐삐와 시티폰의 과도기를 거쳐 1990년대 후반부터 개인 이동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며 휴대전화 시대가 열렸다.

삐삐가 상용화 되고 유행처럼 퍼진 말은 ‘개목걸이’라는 은어다. 개목걸이는 말 그대로 개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줄이다. 삐삐가 상용화되기 전에는 급하게 연락을 하거나 용무가 있을 경우에는 당연히 전화를 사용했다. 그래서 통화하기 곤란한 상황이거나 피해야 할 전화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만나서 전화기와 먼 곳에 있었다면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삐삐가 상용화되고 나서는 언제든 전화를 해 달라는 삐삐를 칠 수 있어서 전화를 피할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개목걸이’라는 은어다.

인간은 구속받기 싫어한다. 삐삐가 개목걸이 역할을 오래하지 못했다. 지하에서는 삐삐가 터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된 후로는 ‘지하 다방에 있었다’. ‘삐삐가 안 터지는 지역에 있었다’는 식으로 전화를 피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삐삐는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은 휴대폰이 출시되고부터 이다. 휴대폰은 중계기만 있으면 지하뿐만 아니라 섬에서도 통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휴대폰은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사진을 찍는 기능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터넷 기능이 탑재가 된 스마트폰은 생활 패턴을 180도 바꾸어 놓고 말았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전만해도 지하철을 타면 독서를 하거나 신문을 보는 승객들이 많았다.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서도 카페나 커피전문점 같은 경우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독서를 했다. 친구와 만나 대화를 하다 막혀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새로운 대화거리가 생겨나서 한눈 팔 겨를이 없었다.

요즈음 스마트폰은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외출을 하다가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왔으면 아무리 바빠도 되돌아가서 스마트폰을 챙겨 나온다. 필수품만 되어 버린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는 기능은 부가 기능이고 일상 전체의 컨트롤타워가 되고 말았다.

지인이나 가족끼리 음식점에 가서도 예전에는 이런저런 가족사를 이야기하며 음식 나오기를 기다렸다. 요즈음은 스마트폰을 보며 음식 나오기를 기다린다. 친구와 카페에 만나 대화를 하다 문득 막히면 스마트폰을 본다.

어떤 대화를 할까 생각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아니다. 묵언을 하듯 상대방을 무시하고 스마트폰만 보다가 헤어지기도 한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갖고 들어간 스마트폰을 밥상에 올려놓고 밥을 먹는다. 스마트폰은 먹는 시간과 배설하는 시간의 경계까지 허물어 버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의 노예로 살면서도 자신이 스마트폰의 노예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새장 안에 있는 새는 새장 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새장문을 열어 놔도 푸른 창공으로 날았다가 이내 새장 안으로 들어간다.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세상을 살 수 없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중독 된 시간은 급류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고 해서 수많은 정보를 섭취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얻은 정보는 쉽게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 늘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그냥 시간 보내기 수단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하루 중에 시간이나 때를 정해서 스마트폰 없이 지내보자. 오전, 혹은 오후 아니면 점심 시간만큼은 스마트폰 없는 시간을 보내보면 우리가 얼마나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점심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이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필요가 없으니까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가 있다. 오전, 오후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그 시간에는 하는 일에 집중이 된다.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친구를 만날 때 같이 있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기로 약속을 해보자. 친구의 얼굴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오가는 대화도 훨씬 진지해 질 수 밖에 없고, 좋은 친구와 같이 먹는 음식 맛도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하물며, 사랑하는 연인끼리 시간을 보낼 때는 필히 서로 스마트폰을 보지 않기로 약속을 해야 한다. (다음 회에는 "내 이름을 위로해 주기"가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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