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수 시인·소설가,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대하장편소설 '금강'(전15권) 등 소설 180권 출간, 시집 '백수블루스' 등 6권 출간, '문예창작의 실기론' 등 4권 출간.
한만수 시인·소설가,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석사. 대하장편소설 '금강'(전15권) 등 소설 180권 출간, 시집 '백수블루스' 등 6권 출간, '문예창작의 실기론' 등 4권 출간.

【서울 = 다문화TV뉴스】 한만수 한국문예창작진흥원 원장 = 밀림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는 배가 부르면 코앞에서 어린 영양새끼가 알랑 거려도 거뜰어 보지 않는다. 사자뿐만 아니다. 악어도 배가 부르면 물가에 누우 새끼가 물을 마시러 와도 다른 곳을 쳐다본다. 모든 동물 중에 인간만 배가 불러도 계속 먹을 것을 탐낸다. 물론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사람은 생각하는 힘이 있어서 배가 고플 경우를 대비해서 음식을 비축해 놓기도 한다.

욕심의 근원은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돈을 빌리려면 밥 먹은 후에 빌리라는 말이 있다.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위장만 넉넉해지는 것이 아니고 마음까지 넉넉해진다는 뜻이다. 사찰의 스님들이 욕심을 내지 않는 이유 또한 출가를 하면 최소한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은 놓고 사는 까닭이다. 조선시대 승불 억제 정책을 쓸 때도 끼니를 굶어 먹고 살길이 막막하면 머리깎고 절로 들어가는 백성들이 많았다. 그래서 중들이 1천여 명이 넘는 사찰이 흔했다.

한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0억 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인구가 70억 명 중 7분의 1, 약 10억 명 정도가 굶고 있다. WFP, 즉 유엔세계식량계획의 발표에 의하면 매일 약 2만5천 명, 특히 아이들은 6초에 한 명꼴로 굶어죽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98%가 개발 도상국가의 약 9억 2천5백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것이다.

욕심에도 종류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산, 명예, 권력, 영생에 관한 욕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뜬구름 같은 욕심이다. 천석꾼도 삼대(三代)는 못 간다는 말이 있다. 명예는 하루아침에 떨어질 수도 있고, 화무는십일홍이라는 말처럼 권력도 때가 되면 낙화유수가 된다. 돈이 많으면 천세 만세 살 것 같지만 때가 되면 흙으로 가야 하는 것이 인간이다.

사람에 대한 욕심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들을 대한 욕심은 오직 아름다운 심성만 있으면 된다. 사람들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대가 없는 선심을 쓰거나, 금품을 살포하거나, 현혹되는 언어를 남발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중들의 기억에 남는 현인(賢人)들이 재산을 모으려고, 명예를 얻으려고, 영생을 얻으려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의 도리에 대해서 설파를 한 것은 아니다. 종교적 입장과 별개로 부처, 예수, 공자가 권력이나 금품으로 사람을 모은 것이 아니다. 오직 행복해 질 수 있는 희망을 설파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따르게 되었다. 부처나, 예수, 공자처럼 역사에 남을만한 현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사람에 대한 욕심은 어느 순간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계승이 된다.

천년제국 로마의 멸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로마제국의 쇠망 원인을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한 제국의 천도, 기독교의 영향, 야만족의 침입, 지도자의 자질 저하” 등 크게 4가지로 지적한다. 반면에 프리츠 하이켈하임은 '로마사'에서 로마의 멸망 요인을 부수적인 근원과 본질적인 원인으로 구분한다. 이 두 요인의 핵심은 사람이다. 대를 이을 후계자가 없거나, 싸울 병사가 없어 로마가 멸망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조선시대도 그렇다. 조선이 멸망한 이유는 궁극적으로 친일파가 나라를 일본에 받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한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의 측근에는 친일파만 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고종은 충신들의 충정을 매몰차게 거절한 결과로 조선의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만약 충신들의 말대로 군대를 키우고, 나라를 개방해서 신문화를 받아 들였다면 아직도 조선의 황제는 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역사만 사람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홈쇼핑에서 떠드는 몇십 만원짜리 보약을 열 첩이며 스무 첩을 먹는다고 해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편해서 몸이 건강해지는 것은 지극히 보편적인 상식이다. 퇴근후에 종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 줄 수 있는 친구와 만나 짜장면 한 그릇 먹으면서 받는 위로가 몇 백만 원짜리 보약보다 건강에 좋다.

사람에 대한 욕심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마음을 비우면 저절로 사람들이 내 영역을 가득 채우게 되어 있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 외로움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명약은 없다. 많은 돈을 준다고 해서 외로움을 치유시켜 줄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의 진실한 교류가 있을 때에만 외로움을 치유할 수가 있다. 지금 외롭다고 생각하면, 외로운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위로를 해 보자. 외로운 친구가 내 영역에 들어서는 순간 내 외로움은 봄눈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다음 회에는 ‘핸드폰 없이 살아 보기’가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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